Chicago Uptown Tesfa Ethiopian Cuisine
Chicago Uptown Tesfa Ethiopian Cuisine
맛집 후기라고 쓰고 일상 일기라고 읽는다.
2021.07.10 (토) 방문
룸메 헤더가 주말에 같이 저녁 먹고 놀자고 해서 토요일에 같이 시카고로 내려가기로 했다. 사실 그 동안 바깥 세상 구경하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헤더가 타이밍 좋게 나를 구출해줬다. 어디 갈까, 이색적인 Ethiopian 음식을 먹어볼까, 하고 구글 맵에 봤더니 평점이 4.8인 식당이 있었다. 마침 주변에 bar도 있고, 가는데 엄청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서 바로 출발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나랑 헤더가 처음으로 같이 놀았던 게 생각났다. 그 때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상황이었고, 우리가 먹으려고 했던 식당이 문을 닫아서 옆에 있는 랜덤 식당에 들어갔는데 너무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었었다. Howard에 있는 I'm Soul Hungry 라는 곳이었는데, 흑인 소울 푸드 파는 식당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이색적인 음식 먹었던 건데, 너무 맛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하튼 L-train 타고 룰루라라 도란도란 수다 떨면서 가는데 엄청 시끄러운 백인 여자 무리가 있었다. 나랑 헤더는 진짜 시끄럽다고, 지하철에서 마스크도 안 끼고 소리 지르면서 노는게 말투까지 멍청하다고 흉 봤다. 그렇다. 그냥 우리가 늙은 거다. 모든 게 다 불편하고 거슬리는 나이가 된 것 같다.
Tesfa Ethiopian Cuisine에 도착하고 QR 코드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했다. 우리는
- Sambusa: chicken, lentil
- Yebeg Alicha
- Yebeg Tibs
를 주문했는데 웨이터가 사이드 3개를 같이 고르라고 했다. 당황하면서 뭐 먹을지 고민하니까 우리가 처음 먹는 걸 알아봤는지, 웨이터가 웃으면서 맛있는 거로 알아서 주겠다고 해서 안도감이 들었다. 이 때 식전으로 차가 나오는데 진짜 기분 좋은 맛이었다. 베이스는 홍차 같은데 생강향이 올라왔다. 비 오고 으슬으슬 추운 날에 먹으니 속까지 따뜻한 느낌이었다. (무슨 차냐고 물어봤는데 웨이터가 영업비밀이라고 했다.) 대학교 때도 비 오는 날이면 기숙사 방에서 에어컨 켜놓고 차 마셨는데. 나는 이걸 방따차마 라고 불렀다. ('방에서 따뜻한 차 마시기' 의 줄임말)
음식이 나왔는데 삼부사가 정말 맛있었다! 아, 참고로 이 식당은 전통적으로 음식하는 곳이라서 손으로 먹어야 한다. 삼부사랑 같이 나오는 저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무슨 맛인지 형용하기 어려운데... 하튼 맛있었다. 치킨은 속이 좀 퍼석퍼석해서 와르르 쏟아졌는데 렌틸은 촉촉해서 모양을 잘 잡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렌틸이 조금 더 맛있었다!
Appetizer: Sambusa
이거 메뉴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구글 메뉴에는 그냥 패밀리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 와중에 헤더가 자꾸 여기 웨이터들이 우리 테이블에 와서 지나치게 친절한 걸 보니 웨이터들이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다고 계속 헛소리를 했다. 저번에도 블랙 소울 푸드 먹었을 때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먹는 법 알려주고 말 거는 거 보고 헤더가 그랬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친절한 사람들이 손님이 처음 온 식당에 무안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건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헤더는 내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엄청 많은 줄 안다. 분명 secret admirer 들이 여기저기 있을 거라던데, 제에에발 그랬으면 좋겠다. 쳇.
Dessert: B-Tesfa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Drink & Ink라는 바로 정했다. 바로 옆에 타투샵이 있는데, 바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타투 받는 걸 화면으로 구경할 수 있다. 사실 이거 보려고 여기로 온 거다. 구글 평점이 높기도 했지만, 우리의 호기심을 이렇게 자극하면 못 참지!
실제로 타투하는 친구를 기다리면서 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텐더가 샷잔에 젤리 줬다. 옹기종기 모인 젤리들 귀여워!
헤더는 OFTD DTF 를 마셨고, 나는 Corpse Reviver No. Blue를 마셨다. 참고로 DTF는 down to fxxx의 약자이다. 이름값에 맞게 콘돔과 함께 술이 나왔다. 바텐더가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칵테일이었는데, 한 입 맛을 보니 강했다. 하지만 내 술이 더 강했다. 뒷맛에 gin이 쫘악 올라오는데, 아..내가 술을 마시는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전에 다른 데에서 먹던 칵테일들은 다 아기자기한 음료수 같아서 돈 아까웠는데, 이 술집은 찐으로 술 마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돔과 함께 온 DTF와 해변가에 온 것 같이 청량해 보이는 넘버블루
바텐더가 나랑 헤더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I have two beautiful ladies and two pretty drinks, so I have four beautiful things to capture"라고 했다. 이 동네 처음 왔을 때 뭔가 우중충하고 sketchy 해보여서 무서웠는데 사람들이 전부 다 너무 따뜻하고 센스 있다.
그렇게 우리는 술집 인스타그램 스토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이건 Painkiller라는 술인데 좀 강한 피냐콜라다 맛이다. 맛있음! nutmeg 향이 솔솔 올라옴.
1번 썰. 옆자리에 흑인 아저씨랑 러시아에서 온 백인 아저씨 있었는데 술 취해서 계속 부담스럽게 우리한테 말 걸었다. 처음에는 몇 번 받아주다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랑 헤더는 결국 등을 돌리고 앉아서 술을 마셨다. (러시아 아저씨는 3번 썰에서 재등장할 예정이다.) 하튼 이 아저씨들이 바텐더 보고 우리 앞으로 샷 선물해주라고 해서 그렇게 내 생애 첫 샷을 마셨다. 소주 쓰다고 하지 마라... 고량주 독하다고 하지 마라... 보드카가 찐이다...
2번 썰. 몸에 타투 엄청 많은 백인 여자애가 있었는데, 우리한테 말을 걸었다. 몇 살이냐고 물어봐서 24살 (미국은 만나이 사용)이라고 하니까 본인은 36살이라고, 36인데 지금 술 너무 많이 마셔서 망했다고 했다. 진짜 36살 안 같아보여서 엄청 어려보인다고 하니까 "I got shxt tons of botox and facials"라면서 세상 쿨하게 시술빨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본인 가슴 성형한 거 맞다고 하는 제시 같았다.)
하튼 이 언니가 우리에게 fireball 마시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난 fireball이 뭔지 몰라서 뭐냐고 물어보니까 언니가 소리 지르면서 "이 친구 파이어볼 한 번도 안 마셔봤대!!" 라면서 본인 친구들을 전부 불러모았다. 나는 해맑게 fireball이면 술 위에 진짜로 불이 있는거냐고 물어봤다. 내가 생각한 파이어볼은 약간 이런거였는데ㅎㅎ
백인 언니가 Oh my god you're so adorable을 몇 번 반복하더니 갑자기 본인 상의를 들어올리면서 옆구리에 있는 fireball 타투를 보여줬다. 알고보니 fireball은 위스키 종류였다. 하튼 본인이 몸에 새길 정도로 좋아하는 술이니까 마셔보라고 해서 샷으로 마셨는데, 세상에나...개맛있잖아... 헤더가 본인은 못 먹겠다고 해서 내가 헤더 꺼까지 마셨다. 하튼 이 언니는 취해서 우리한테 너네 너무 착하고 나쁜년들 아니라서 너무 좋다고, 너네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계속 반복했다. Evanston 산다고 하니 ewww라고 대답한 우리 린지 언니... 그 날 집에 잘 들어갔나요..? 저는 노잼 실버타운 에반스턴에 다시 박히니까 새삼스레 언니의 파이어볼 타투가 그리워집니다.. (세상 아련)
하튼 린지언니 친구 무리가 계속 샷이랑 파이어볼 사줘서 그 날 칵테일 2잔, 샷 3잔, 파이어볼 3잔 정도 마신 것 같다. 사실 정확하게는 모른다. 취했었으니까 희희히!
3번 썰. 이거는 좀 화나는 썰이다. 1번 썰에서의 러시아 백인 아저씨가 나한테 와서 술주정 부린 썰이다. 러시아는 불곰국이니까 이 사람은 곰으로 표시하겠다.
🐻: 너 나보다 한참 작은 동양 여자애인데 술 왜이렇게 잘 마셔? 나 러시아에서 왔는데 니가 내 두 배는 마신거 같아. You don't even have the Asian flush. 너가 너무 잘 마셔서 내가 덜 남자 같이 느껴지잖아
👧: (개소리네?)
내룸메: 미쉘 한국에서 와서 술 잘 마셔!
🐻: 오우 나 한국인 남자들이랑 같이 일한 적 있는데 걔네 보잘 것 없더라? 다들 엄청 스키니하고 비리비리하고 힘도 없을 것 같던데?
👧: (이때부터 표정관리가 안 됨, 애써 웃으면서) 너 인종차별하네?
🐻: 오 나 지금 취해서 그래... 내가 말실수 했다면 미안... offend하려던 건 아니었어...
이 때 옆에 같이 있던 흑인 아저씨가 내 눈치 보면서 자기는 화장실 좀 가겠다고 함.
🐻: (옆에 흑인 아저씨 가자마자) 나 아시안 혐오하지 않아, 난 아시안 좋아해. 내가 문제 있는 새끼들은 저런 흑인 새끼들이지 (순화해서 흑인새끼지, nㅣ가 라고 했음.)
👧: (개빡침) You know you're 뻐킹 racist? 나한테 와서 왜 이런 말하는 거야? 키 작은 아시아 여자애가 계속 웃어주니까 만만해? 셧더뻑업!
🐻: (얘도 빡침) 농담도 못함? (내 룸메한테) 니 친구한테는 농담도 못함?
👧: 어쩌냐 농담이 더럽게 재미 없는데,, 고더뻑어웨이
🐻: (중얼중얼거리며 담배피러 나감)
사실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주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난다. 진짜 머릿속에 퓨즈 딱 끊어지듯이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방언 터지듯이 욕이 나왔다. 하여간 대가리에 우동사리 밖에 없어서 입으로 똥 싸는 백인 새끼들은 조만간 국가에서 세금 배정해서 사형시켜야 한다. 아니, 눈 풀리고 배는 남산만 하고 탈모 온 머리는 기름진 단발인 새끼가 왜 자꾸 나한테 시비 거냐고. 술집에 백인 여자, 흑인 여자 다 있는데 동양인인 나한테 이러는 건 동양인이 만만하니까 그런 거잖아.. 또 생각하니까 화나네.
다음날 이 썰을 오힁한테 들려줬다. 사실 나도 술기운에 화나서 그렇게 욕한 거지, 맨 정신에 누가 저랬으면 그냥 정색하고 내 갈 길 갔을 것이다. 하튼 불곰국 물렁한 냉장고 아저씨, 길 가다가 뒤로 자빠져서 코 뿌서졌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대가리에 뇌는 없어서 뇌진탕은 안 걸릴거니까요!
4번 썰. 옆자리 있던 다른 남자가 나랑 헤더한테 꼬깃꼬깃 접은 5달러 지폐를 주면서 화장실에서 조심조심 열어보라고 했다. 난 순진하게 러브레터나 본인 번호 적힌 건 줄 알았는데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 헤더는 보더니 이거 코카인이라고 해서 나는 "I'm pretty sure it's just corn starch" 라고 대답했다. 그 하얀 가루가 코카인이든 옥수수 전분이든, 내 콧구멍에 넣고 싶진 않다. 우리는 지폐를 다시 조심조심 접어서 그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내가 술도 마시고 쌈박질도 하지만 마약은 절대 안 해... 마약은 진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아서 무섭다. 이 때 사실 너무 놀래서 취했던 술이 다 깼다.
하튼, 다이나믹한 하루를 우버 타고 가면서 마무리했다. 다음에도 새로운 동네에서 놀자고 헤더와 약속하며 집에 가서 씻고 뻗어서 잠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을 전부 날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
오늘의 맛집 평가 (별 5개 만점)
- Tesfa Ethiopian Cuisine: ⭐⭐⭐⭐⭐
- 👍 정통 에티오피안 음식점. 웨이터들도 세상 친절하고 음식의 맛과 향이 다채롭다.
- 👍 Yebeg Tibs 맛있어! 빨간 양고기!
- Sambusa 종류별로 다 시켜서 먹고 싶다. 소스 맛있어!
- Drink & Ink: ⭐⭐⭐⭐⭐
- 👍 칵테일이 애들 장난 똥 때리는 칵테일이 아닌 찐 술이라서 좋음!
- 👍 화면으로 사람들 타투 받는 거 구경할 수 있다. 화면에서 작업하던 타투이스트가 바에 잠깐 놀러오면 셀레브리티 만난 것 같고 신기하다.
- 👍 바텐더가 엄청 친절하고 돈 벌고 싶어서 환장한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엄청 friendly하고 젤리도 계속 리필해준다. 젤리 주는 사람=좋은 사람.
- 👍 분위기가 엄청 재밌다. 물론 이상한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술집이 잘못한 건 아니다.
- 여기 오면 술 조절해서 마셔야 한다. 다음날 정신차렸더니 팔에 용이 한 마리 날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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