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조각 모음집 - 2024년 11월 셋째주

 일상 조각 모음집 - 2024년 11월 셋째주


하이! 11월 셋째주야. 2주 후에 생일인데, 평화롭게 집에서 먹고 싶은 거 만들어 먹고 읽고 싶은 책 읽으면서 침대에 뒹굴 생각 하니까 벌써 입이 귀에 걸린다. 이제 만으로 28살이 되니까 깨달은 건데, 그냥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평화로운 게 최고의 선물이더라. 그 어떤 누구도 나의 평화를 깨지 못하게 핸드폰 방해금지모드 해놓고 아무도 안 만나야지. 히힣!


요즘 빠진 향이 있는데, 그건 바로  Hempz의 Triple Moisture 로션이다. 상큼 시원한 시트러스향인데, 냄새에 예민한 내가 코 박고 있고 싶을 정도로 내 취향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빅토리아 시크릿의 Love spell이랑 향 똑같대서 빅시에서 바디미스트랑 향초랑 로션 샀다. (원래 하나에 19불인데 5개 사면 35불이래서 그냥 왕창 구매했다ㅋㅋㅋ아직 픽업 안 했는데, 기대한 향이랑 다르면 망한 거다.)


그리고 최근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바꿨다. 원래는 아마존 뮤직 썼었는데, 한국 가요도 너무 없고 이용도 불편해서 때려치웠다. 원래는 아마존 프라임이랑 같이 연동해놨는데, 이젠 프라임도 쓸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택배 오는 것마다 어떤 새끼가 자꾸 훔쳐가서 이젠 홀푸드에서 픽업하기 때문이다. 웃긴 게 이 새끼가 아마존 배달원이 입는 조끼를 입어서 사람들이 다 문을 열어준다ㅋㅋㅋ근데 들어와서 이미 배달된 택배를 들고 뒤로 나가는 게 1층 카메라에 찍혔더라고. 얼탱이 없었음. 아, 그리고 여름에 내가 아마존으로 우리 기니피그들 먹일 건초를 2.5kg을 주문했는데 그걸 훔쳐갔다. 그래서 띠용?하고 생각 없이 고객센터 연락해서 새로 받았는데, 1주 후에 임보하던 강아지 산책하면서 내가 사는 빌딩 바로 옆에 택배 박스랑 건초를 그대로 던져놓고 갔음ㅋㅋㅋㅋ 걔도 얼마나 화났겠어.. 잡힐 각오하고 큰 박스 훔쳤는데 건초 2.5kg이면 나 같아도 화난다ㅋㅋㅋㅋ

하튼 이젠 유튜브 뮤직으로 갈아탔는데 너무 좋더라. 옛날 노래 다 있고 추천에 뜨는 노래들이 다 연관 있는 노래들이라서 한 동안 추억 여행하면서 노래 들었다. 그래도 전직 vip로서 빅뱅 노래를 많이 들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빅뱅 노래는 다 명곡이지만 내 최애들은 cafe, what is right, ego, 멍청한 사랑 정도이다. 빅뱅 아닌 가수 중에서는 먼데이키즈, 포맨, 다듀, 슈프림팀, 에픽하이, 거미가 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러는데 요즘 나오는 노래가 어떻게 나의 관심을 받겠니.



교사 4년차가 되니 옛날엔 진짜 못 생겼다고 생각한 크록스를 매일 신게 된다. 하루 종일 서있고 걸어다니다 보니 발이 아주 퉁퉁 붓는데, 운동화 신고 있으면 발이 너무 답답하고 피로할 때가 많다. 수요일에 별 생각 없이 크록스 대신 하얀 운동화를 신고 학교를 갔는데 학생이 오늘은 왜 크록스 안 신었냐고, 우리 선생님 맞냐고 했다. 그 때 내가 앉아 있었는데 학생들한테 운동화 신은 거 자랑하려고 다리를 하늘로 쭉 뻗었는데 그 전 날 하체 운동해서 햄스트링이 쫙 땡겨서 소리를 질렀다. 애들이 킥킥 웃는데 좀 웃겼다. 나 선생으로서 권위는 1도 없어.. 그냥 생물이랑 화학 잘 하는 동네 바보야.. 근데 이런 모습 보이는 게 애들이랑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조신한 척 하지 말고 그냥 바보로 살아야겠다. 


그 다음날에 정수기에서 물 뜨고 있는데 작년에 가르친 마리아나랑 킴벌리가 나한테 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했다. 내가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냥 쳐다보니까 마리아나가 쌤 생일 26일 아니냐고 했다. 내가 맞다고, 근데 오늘이 26일이 아니지 않냐고 하니까 킴벌리가 we know! 하고 다시 해피벌쓰데이 하고 갔다. 킴벌리 생일이 내 생일 2일 뒤인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 생일을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고 수업 들어갔는데, 내가 올해 제일 힘들어하는 5교시 애들 중 한 명이 계속 내 신경을 긁었다. 30분 늦게 들어와놓고 왜 자기 지각으로 표시했냐고 10분 가까이 툴툴대는 거다. 계속 무시하다가 내가 그럼 교장한테 가서 얘기하라고, 난 법적으로 출석을 정확하게 제출해야 되는 의무가 있어서 법을 따르는 것 뿐이라고 하니까 계속 중얼대면서 짜증난다고 하더라. 아침부터 이 지랄 떠는구나, 싶어서 그냥 바로 경비 불러서 dean’s office로 보냈다. 올해 3번째로 dean한테 학생 보낸다. (보내진 3명 다 5교시 애들임.) 지난 3년 간 한 번도 안 보냈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느낀 게, 어차피 갈등과 마찰 있을 거면 그냥 내 정신건강 지키고 다른 사람한테 떠밀어버리는 게 낫다. I don’t get paid enough to handle that shit.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부정적인 에너지는 무시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신경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똑똑하게 분배해야 하거든.



작년에 가르친 학생들 중 자하리라는 친구가 있는데, 진짜 웃기는 애다. 공부에 흥미 없어서 항상 패스하는 걸 목표로 삼는 애라 내 속을 박박 긁지만, 같이 있으면 엄청 웃게 된다. 얘랑 데이샨, 둘이 서로 절친인데, 얘네가 점심시간마다 내 수업 들어와서 카오스를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7교시 수업할 때마다 애들이 이제 걔네 올 시간 됐으니까 문 잠그라고 한다ㅋㅋㅋ

하튼 자습 시간에 자하리가 와서 왜 도대체 자기가 내 화학반 수업을 못 듣는 거냐며, 제발 자기 좀 데려가 달라고 했다. 본인 화학 쌤이 너무 못 가르쳐서 이해가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한 번 설명해주니까 이렇게 쉬운 걸 왜 그 쌤은 그렇게 어렵게 가르치냐고 나한테 툴툴대더라. 나도 몰라 임마.. 내 반에 와서 열심히 화학 문제 풀다가 집 가려고 짐 싸는데 자하리가 나한테 “Remember the time you told us to buy a folder and keep all of our papers organized?”라고 했다. 자하리 손에 폴더가 있길래 오! 드디어 정리정돈 잘하고 사는구나! 생각했는데 자하리가 이걸 보여줬다.


오 주여. 제 수명이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내가 너무 놀래서 악! 하고 소리 지르니까 자하리가 뿌듯하게 날 쳐다봤다. 손에 있는 폴더 뺏어서 보니까 안에 아무것도 없더라. 그럴거면 폴더 왜 갖고 다니냐고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마 짚으면서 한숨 쉬고 가방에서 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고 하니까 자하리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쥐? 이러는 거 보고 또 한참을 웃었다. 그래, 이런 애들 때문에 내가 교사했지. 


학교 끝나고 담당 동아리 활동 좀 지켜보고 Pam이랑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그 날이 우리 학교 연극부에서 준비한 연극을 보기로 한 날이라 7시까지 시간이 떴다. 우리는 Dicey’s라는 곳에서 피자랑 맥주를 시켰다. 



음식 사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음식 사진은 그저 증거물일 뿐.. 밑에 있는 게 내가 시킨 고기피자. 맛있었어. 오랜만에 마신 맥주 때문에 좀 알딸딸해졌다. 가장 최근에 마신 술이 9월 말에 소개팅 앱으로 남자 만날 때였다. 소주는 안 마신 지 반 년 되어가네.. 원래 술을 너무 좋아하고 잘 마셔서 대학교 때 친구들이 혹시 너 이름 뜻이 ‘술 주’, ‘형 형’이냐고, 그래서 술 마시는 형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제는 혼자서 술 마시면 너무 우울해져서 혼자서 술을 안 마시려고 하는 중인데, 평소에 항상 혼자 있어서 술을 마실 일이 없다. 그래서 Pam이랑 술 마시니까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Pam이랑 단 둘이 이렇게 논 건 처음인데, 역시나 진짜 너무 웃긴 사람이다. 기억도 안 나는 개드립을 치면서 우리 둘 다 숨 넘어가게 깔깔 웃었다. 그 와중에 내가 처음으로 Pam한테 나의 전남친이 누구인지 밝혔는데, Pam이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patient한 사람으로 상 받으라고 했다ㅋㅋㅋㅋ그 사람 인성, 성격 다 더러운 거 전 학교가 다 아는데 걔를 어떻게 1년이나 받아줬냐고, 너 진짜 대단하다고 하더라ㅋㅋㅋ하여간 2021년 류주형 반성해라. 남자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저녁 다 먹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리다가 팔꿈치로 옆차 사이드미러를 팍 쳤다. 다행히 차가 손상되거나 내가 다치진 않았는데, 옆에 학생들이 있었다. 그 중 내가 최고로 예뻐한 로헬리오라는 애가 있었는데 걔가 나 보자마자 you good? 하면서 엄청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아.. 술 마신 거 티나는구나 싶어서 그 때부터 바닥만 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채점했다. 맥주 작은 거 한 캔 마셨는데 술 마신 게 티 나면 어떡하냐. 옛날엔 맥주는 리터로 마셨는데..나약해졌다.

저녁 7시가 되어서 학교에 있는 소극장으로 향했다. Clue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연극이었는데, 진짜 재밌었다. 우리 학생들 끼 많고 재능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위기나 실수에 대응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저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

세트장도 몰입감 넘치게 너무 잘 만들었다. 연극 진행한 3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가늠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예체능 가르치는 선생님들 진짜 존경한다. 잠깐을 위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몇 달을 고생하는 그 과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멘탈이 너무 멋있어.



연극을 보고 집에 오니 밤 9시였다. 예전엔 밤 9시면 하루의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이젠 밤 9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한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고 잠들었는데도 잠이 부족해서 다음날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학교로 터덜터덜 출근하니까 체육쌤인 Mo가 왤케 힘들어보이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 봤다. 너무 피곤하다고 하니까 그래도 좀 있으면 생일이지 않냐고, 올해 22살 되는 거냐고 했다ㅋㅋㅋㅋㅋㅋ역시 센스쟁이. 나도 모르게 너무 해맑게 웃게 되더라. Mo랑 나랑 생일이 같아서 항상 birthday twin 이라면서 서로 생일을 축하해줬다. 그리고 우리 둘 다 동물을 엄청 좋아해서 인스타에서 귀여운 동물 영상 보면 서로 보내주는데, 그게 너무 좋고 편안하다. 우리 인스타 디엠창 들어가면 힐링됨ㅋㅋㅋㅋ



다음주엔 3일만 출근하고 뉴욕을 간다. 오빠랑 서진언니를 보려고 여행을 계획했는데, 언니오빠가 병원 출근하느라 너무 바빠서 거의 혼자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좋아. 혼자 여행 가는 건 처음인데 하고 싶은 거 내가 원하는 속도로 하고 보고 싶은 거 내 맘대로 볼 생각에 설렌다. 뉴욕 생각하면서 3일 잘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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