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2024.11.08
사고가 날 뻔 했는데, 안 나다니!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어제부터 마음이 너무 힘들고 멘탈이 털려서 오늘 병가를 썼다. 이번 학년에 두 번째로 병가를 썼는데, 지난 해와 비교하면 굉장히 잘 버텼다고 볼 수 있다. 병가를 썼지만 밀린 일들과 채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좀 급했다.
일단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 좀 하다가 7시쯤 헬스장을 갔다. 더 자려고 했지만 전 날에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6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하체 하는 날이어서 별 생각 없이 앵클스트랩을 챙기고 케이블 머신으로 가고 있었는데, 우리 헬스장에서 절대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 스미스 머신이 비어 있었다. 스미스 머신이 3대 있는데 새벽에 가도 꽉 차 있어서 스미스 머신을 잡는 건 엄청난 대운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바로 앵클스트랩이랑 물병을 놓고 락커로 달려가서 힙쓰러스트 할 때 끼우는 받침대를 챙겨와서 스쿼트, 데드리프트, 힙쓰러스트를 했다. 난 주로 레그프레스랑 케이블 킥백을 하는 편이라 스쿼트, 데드, 힙쓰러스트는 평소에 잘 안 하는데, 오랜만에 하니 너무 시원하게 하체가 땡겼다. 특히 힙쓰러스트. 진짜 엉덩이 찢어지는 줄 알았음.
30분 가량 하체운동하고 천국의 계단을 탔다. 거듭 말하지만 천국의 계단은 사이코패스를 위한 운동이 확실하다. 옛날에는 15분만 해도 다리 후들거리면서 내려왔는데, 요즘은 30분은 탈 수 있다. 30분 타고 내려왔는데도 뭔가 운동을 더 하고 싶어서 저강도 유산소로 경사걷기를 1시간 했다. 그 결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시간 운동해서 753 칼로리를 태웠다. 오랜만에 옛날 빅뱅 노래 들으면서 운동하니까 마음이 든든하고 가뿐했다.
나 너무 재밌게 운동 잘했어 오늘.
운동하고 집에 와서 씻고 정민언니를 만났다. 언니 병원 앞에서 언니를 픽업해서 Lao Peng You라는 중국 식당에 갔다. 우리는 만두랑 차가운 고기랑 따뜻한 고기국수를 시켰다. 옛날에 여기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혼자 와서 고기국수 밖에 못 시켰다. 이번에는 언니랑 있으니 이것저것 많이 시켜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정민언니가 음식 사진 찍는데 내가 옆에서 “언니가 사진 잘 찍어서 좋아” 하니까 언니가 너 핸드폰이 더 최신이니까 더 잘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손수 찍어서 보여줬는데 언니가 웃었다. 내가 봐도 음식물 쓰레기처럼 나오긴 했어. 비교 사진 보여줄게.
정민언니가 찍은 고기
내가 찍은 고기. 뭔가 상한 음식 같지 않음? 꽉 차게 찍으면 음식 사진 잘 나온다면서요..
그 이후로는 언니가 사진 찍었다. 헤헤. 맛있었어.
언니랑 맛있게 먹고 버블티 사러 갈려고 길가에 주차한 차를 빼서 도로로 진입하는데, 저기 멀리 뒤에 오던 차가 갑자기 속력을 엄청 내더니 빠앙- 경적을 울리는 거다. 분명 깜빡이도 켰고, 그 차가 오는 속력에 맞춰서 진입을 했는데 그 지랄을 하더라. 그냥 미친새끼네 하고 가려는데 그 개만도 못한 새끼가 중앙선 넘어서 내 차를 앞지르더니 내 차 앞에 들어오며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보복운전을 했다. (보복할 것도 없는데 보복운전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뭘 보복하겠다는 거냐고.) 와, 미친새끼한테 제대로 걸렸구나 하고 그냥 갈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지나가면서 본 건데, 백인 남자 4명이 타고 있었다. 대학생? 정도 된 얼굴인데, 참 신기하게도 보자마자 트럼프 지지자들 같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그 백인 4명 다 실실 쪼개고 있었음. (여담이지만 미국 상황 진짜 안 좋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ㅈ같이 행동한다는 게 느껴졌다. 지 인성이 더러운 걸 아무렇지 않게 광고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졌어. 조만간 총기난사나 테러 관련 사건 터질 거 같아. 참고로 트럼프를 그저 웃긴 밈으로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제라도 제발 알아줘.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개같이 알고 힘 있는 기득권을 더 힘 있게 만들기 위해 인권을 모두 박살내는 사람이야. 인종에 따른 인권 뿐만이 아니라 여성인권, LGBTQIA까지, 그냥 딱 돈 많은 백인 남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서로 싫어하고 미워하게 만들어서 싸움 나게 하고 서로 죽일 때 까지 이간질하는 씹새끼임.)
놀란 정민언니와 나는 와, 진짜 살다살다 이런 일을 다 겪는구나, 하면서 우리의 버블티를 사러 갔다. 사실 운전하는 내내 제정신이 아니었다. 0.5초만 늦게 브레이크 밟았으면 백프로 사고 났을 거고, 그 4명은 차에서 내려서 우리한테 욕을 하거나 폭력을 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언니가 버블티 주문할 때 난 차에서 기다리면서 아마존으로 호신용 야구 방망이를 샀다. 일반 야구 방망이와 다르게 더 묵직하다길래 바로 구매했다. 후추 스프레이도 있는데 이젠 후추 스프레이로 내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차 안에 방망이를 두고 개같은 사람들 뚝배기를 부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래도 버블티는 맛있었어!
언니 약을 픽업하러 가는 길에 생리하기 전에 왜 변비가 심해지고 생리할 때 똥이 잘 나오는지 이야기했다. 대학교 때 일반생물학에서 배운 거였는데, 생리 직전에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면 장운동이 적어져서 변비가 생기고, 생리 시작하면 프로스타글란딘이 분비되어서 장운동이 촉진되어 똥이 잘 나온다. 프로스타글란딘은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분비되는데, 여자의 생리에서 자궁 점막이 탈락되는 과정을 몸에서는 염증반응이라고 인지해서 프로스타글란딘이 분비된다고 배웠다. 문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이 기억 안 나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는 걸 기억 못 해서 계속 아 뭐지? 뭐였더라? 하면서 머리 쥐어뜯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언니가 구글링 하는 걸 곁눈질로 보는데 프로스타글란딘이 보여서 아!! 그거!!! 하면서 소리지르고 나니 너무 후련했다. 그래서 프로스타글란딘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참고로 남자 정액도 대부분 프로스타글란딘으로 구성되어있음. 내가 의대를 갔더라면 난 무조건 산부인과나 비뇨기과 했을 듯.) 하튼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이렇게 재밌게 대화하면서 행복해 하는 건 이 세상에 나랑 언니밖에 없을거야.
언니 약 픽업하고 언니 집에 갔는데, 내가 언니 집으로 배송시킨 Shein 택배가 와있었다. 유튜브 찍는 척하면서 언박싱 하울을 하려는데 언니가 급하게 제출해야될 게 있다고 해서 참고 기다렸다. 언니가 분명 5분만 기다리면 된댔는데. 10분이 지나도 안 끝나길래 언니 옆에 누워서 숫자 계산 하는 걸 도와줬다. 언니가 나 똑똑하다고 기특해 했는데, 난 언니한테 기탄수학 문제집을 사주고 싶었다. (노스웨스턴 다닐 때부터 언니가 날 보면서 항상 너무 똑똑하다고, 공부 잘 한다고 했는데. 언니가 나 같은 애들이 의대 가는 거라고 했을 때 좀 기분 좋았다. 물론 난 의대를 갈 생각이 없다. 의대 갈 바에 차라리 락스를 마시겠어요.) 하튼 언니 기다리는데 언니 강아지 토리가 똥을 싸고 먹은 걸 시작으로 갑자기 모든 일이 틀어졌다. 급하게 문서 제출은 해야되는데, 토리는 지 똥을 먹고, 토리 엉덩이 씻기려고 토리 샴푸를 꺼냈는데 언니가 그걸 변기통에 빠뜨려서 변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졌다. 심지어 변기 고치려고 maintenance 부르려는데 언니 핸드폰이 없는 거다. 애플워치로 확인하니까 언니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된 내 차 안에 언니의 폰이 있었다. 이 모든 게 5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언니의 멘탈이 터진 게 보여서 언니한테 일단 급한 문서 제출하라고, 내가 토리 똥 치워놓겠다고, 그리고 폰 가지러 가자고 했다. 폰을 오는 길에 흘려서 잃어버린거면 문제겠지만, 차 안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다독였다. 그리고 차로 가는 김에 토리 산책도 시키고 언니가 나한테 주려고 한 배변패드를 카트에 실어서 내 차에 놓자고 했다. 문제는 배변패드를 실은 카트가 살짝 옆으로 넘어져서 횡단보도 건너려는데 와르르 다 쏟아진 거다. 와.. 그 때 진심으로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너무 어이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하루에 이렇게 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수가 있나? 우리 둘 다 눈물나게 어이 없어서 실성한 듯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해도 웃기네.
그래도 우리 둘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배변패드를 카트에 실었다. 오늘 보복운전 사고가 날 뻔 했는데 안 났고, 핸드폰 잃어버렸는데 차 안에 있고, 배변패드는 쏟아졌지만 다시 실으면 되고, 변기는 막혔지만 고칠 수 있고ㅋㅋㅋㅋ 이렇게 생각하니 속상한 마음이 달래졌다. 차로 가서 배변패드를 내 차에 옮기고 언니 핸드폰을 챙겨서 집에 돌아왔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드디어 택배 언박싱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건 아이패드 파우치였다. 이번에 개인 아이패드를 샀는데, 하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물인 쿼카가 그려진 파우치를 팔아서 바로 구매했다. 너무 귀엽잖아!!!!
쿼카찡, 안녕! 10불 주고 산 내 최애 아이템.
옷은 상의 여러개를 샀는데, 내가 정말 기대한 와이셔츠 블라우스 사이즈가 안 맞아서 속상했다. 분명 가슴 사이즈에 맞춰서 옷을 샀는데 이상하게 바스트 쪽이 너무 낑겨서 언니 집에 있는 줄자로 가슴 사이즈를 재보니 가슴이 또 커졌다. 살이 쪘다가 빠지면 가슴도 거기에 맞춰서 쪘다가 빠져야되는데, 나는 가슴이 쪘다가 살이 빠지면 가슴이 유지가 된다. 그러니 살이 쪘다 빠지는 걸 계속 반복해도 가슴 사이즈는 그대로거나 커진다. 물론 사람들은 이걸 들으면 좋겠다고 하겠지만 난 진지하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내년에 한국 가면 가슴절제술을 받을 생각으로 병원도 몇 군데 알아봐놨다. 금전적인 이유로 실제로 수술을 할 확률은 굉장히 적지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꼭 할 거임.
하튼 그래서 언니한테 내 남방을 줬다. 언니한테 너무 잘 어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마음에 들어서 한 치수 더 큰 사이즈로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놨다ㅋㅋㅋㅋ) 언니는 계속 미안해했는데, 이거 나한텐 어차피 버리는 거니까 언니한테 주는 거라고 했더니 다음에도 본인 집에서 언박싱하라고 했다ㅋㅋㅋ
그러고 놀고 있는데 maintenance가 왔다. 젊은 백인 남자애가 왔는데, 순간 너무 잘생겨서 오.. 감탄 할 뻔했다. 언니한테 저 친구 잘생겼다고 하니까 언니도 동의하면서 평소에는 아파트 성실하게 청소하면서 친절하게 사람들한테 인사한다고 했다. 갑자기 더 잘 생겨보여. 순조롭게 언니의 변기는 고쳐졌고, 나의 눈은 정화되었다. 미국도 한국처럼 잘 생긴 남자가 흔치 않아서 잘 생긴 남자가 보이면 많이 봐놔야 한다.
오늘 너무 많은 일들 있어서 꼭 블로그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하니 언니가 나한테 블로그 이웃이 몇 명이냐고 물어봤다. 구글에서 하는 블로그라 혼자 그냥 하는 거라고, 나 친구나 이웃 없다고 하니까, 그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냥 난 조용한 관종이고 싶은 것 같다. 언니가 “너 인터넷에서도 I 야?”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긴 글을 올릴 순 없고, 나랑 친하거나 나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남겨서 먼 훗날에 보고 싶기도 하고. 특히 난 평소의 소소함과 평화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이런 걸 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오늘 블로그 올릴 거 미리 구상 짜놔야지~” 하니까 언니가 또 엄청 웃었다. 이번에는 왜 이렇게 J냬ㅋㅋㅋㅋㅋ그러면서 자꾸 나 너무 귀엽다고 하는데, 언니 자꾸 이러면 나 언니 집에 맘대로 들어와서 살거야.

새로 산 아이패드로 블로그 쓸 거 미리 계획하면 좋잖아! 그 와중에 오늘 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언니랑 간식으로 먹으려고 갖고 온 청포도로 언니가 토스트를 만들어줬는데 진짜 맛있었다. 또 먹고 싶어. 언니, 이 글 읽게 되면 또 해줘. 다음엔 내가 복숭아 사갈게.
오늘 여러모로 미친 날이었다. 분명 쉬고 채점하려고 병가 썼는데, 쉬지도, 채점하지도 못 했다. 그래도 언니와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경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잘 이겨낸 걸 생각하면 우리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언니 같은 사람과 함께라면 이 힘들고 엿 같은 세상, 지치고 않고 행복하게 서로를 위하며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정민 같은 남자, 열심히 잘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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