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2024.12.31 - 아름다운 연말이에요!

나의 하루, 2024.12.31


아름다운 연말이에요!



12월 마지막 2주는 방학인데, 부모님이 시카고에 오시기로 하셨다! 원래는 여름방학에 엄마아빠가 오셨어야 했는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안타깝게 취소되었다. 오히려 연말을 가족이랑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 

지난 주는 아빠가 차를 정비해주셨다. 엔진오일도 갈아주고 바퀴도 고쳐주고 엔진룸에 있는 벨트도 갈아주셔서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다! 훨씬 부드럽게 달리더라구. 역시 우리 아빠 능력자야!

엄마랑 석박지랑 김치를 만들었다. 연근조림이랑 장조림은 같이 만들려고 했는데 엄마가 주무시는 바람에 혼자 만들어서 엄청난 칭찬을 들었다. (우리 엄마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셔서 엄마가 맛있다 하면 진짜 맛있는 거야!)


오빠도 29일 오후에 시카고에 도착해서 내 집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오빠가 계속 “차 살 돈 모아서 집 산 거 진짜 판단 좋았다..” 하면서 부러워했다. 엄마아빠가 집 사지 말고 차를 사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구! 여러모로 의기양양했다. 29일에는 아울렛 가서 내 츄리닝 바지 사고, Anteprima에 부모님 데려가서 오빠가 밥 사드렸다. (여기 후기는 언젠간 올릴 예정. 근데 언제가 될 진 모르겠어. 왜냐면 한 달 전 뉴욕 여행도 방금 겨우 다 썼거든ㅎ) 그러고선 집에 와서 오빠가 감바스를 만들어 줘서 술을 마셨다. 소주 4병에 데킬라 반 병을 마셨는데, 나랑 오빠가 둘이서 소주 2병 반에 데킬라 반 병 마신 걸거다. 다음 날 일어나는데 사망하는 줄..





술 마시면서 그 동안 서러웠던 거, 재밌었던 거 얘기하면서 잘 놀았다. 술 마시면서 또 싸움이 터지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흘러가서 마음이 너무 편했다. 오빠한테 서운함이 있었던 아빠도 술자리 이후에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신 것 같다. 새벽 4시쯤 부모님은 주무시러 들어가셨는데 류승규가 취해서 소파에서 안 비키더라. 소파에서 내가 자고 오빠가 내 침대에서 자는 거였는데, 서로 소파에서 자겠다고 밀어내고 끌어당기고 방까지 쫓아가고.. 그 와중에 소리 안 낸다고 까치발로 뛰어다님ㅋㅋㅋ 추격전 형식으로 오빠를 방에 쑤셔넣고 소파에 누워서 무한도전 보다가 잠들었다. 간만에 어릴 때처럼 깔깔거리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계속 웃음. 그냥 둘 다 주전자 되어서 물 끓는 소리 내면서 바닥에 굴러다님.) 뛰어다닌 것 같아서 재밌었다.  


비키라고..




다음날은 하루종일 숙취에 뻗어있었다. 쌀국수 배달해먹고 잠 좀 자고 일어나보니 오후 6시네? 오빠랑 같이 H-mart 가서 다음날 흑백요리사 할 장 보고 서진언니가 시카고에 있었을 때 놓고 간 겉옷 픽업했다. 오빠가 본인이 경차는 한 번도 안 몰아봐서 내 차 운전해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ㅇㅇ운전해보라고 했는데 엄청 후회했다. 내 쪼만한 2009년식 야리스를 몰고 고속도로로 갔음ㅋㅋㅋ그 오래되고 작은 차가 60mph로 나가려니까 부와아아아앙 소리를 내는데 진짜 차 터지는 줄 알았다고ㅠㅠㅋㅋㅋ오빠가 재밌다고 히힣 하면서 웃는데 난 악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집에 가서는 오빠가 카치오 에 페페 파스타랑 봉골레 파스타 만들어 줘서 그거 먹고 잠들었다.

양이 급식실 파스타임.


다음날인 오늘은 우리가 부모님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해서 흑백요리사를 했다. 테마는 중식이었다. 난 칠리새우를 만들었고, 오빠는 대만식 소꼬리 우육면을 만들었다. 요리를 하는데도 계속 날 도와주길래 내가 제시한테 빙의해서 “디스 이즈 캄피티션!!!!”라고 하니까 오빠가 “어차피 내가 이길건데?” 라고 해서 전분 반죽을 오빠 국에 부어버릴 뻔 했다. 결국 내가 이겼음ㅎㅎ 엄마아빠의 취향은 내가 알지~ 익숙하게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오빠는 너무 전통식으로 만들어서 마라맛이 너무 강해 부모님이 드시기 힘들었다. 근데 솔직히 취향에만 맞으면 오빠 요리가 진짜 맛있긴 했어.

오후에 오빠를 오헤어 공항 데려다 주고 집에 왔는데 부모님은 소파에서 주무신다. 이 때를 틈 타 2024년 정산을 좀 해야겠다!

1. 2023년과 달라진 점 3 가지
일단 일에 대한 강박이 많이 줄어들었다. 집에 와서 학생들 걱정하지 않고, 일을 최소한으로 갖고 온다.
연애에 대한 조급함이 사라졌다. 어서 내 짝을 만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다. 오래 기다린 만큼 멋진 사람을 내 짝으로 맞이하고 싶다.
타인으로 인한 상처를 좀 덜 받는다. 타인이 나에 대해 하는 나쁜 말을 ?어쩌라고? 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예전이었으면 ‘나의 행동 어떤 부분에서 나쁜 마음을 느껴서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할까ㅠㅠ‘ 걱정했는데 이젠 그냥 ?뭐 어쩌라고? 마인드가 되어버렸다.

2. 처음으로 도전해 본 일
강아지 임보! 내 사랑 Ozzy, 잘 지내고 있지? 너무너무 보고 싶어. 아직도 우리가 함께 있었던 그 시간들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며 울어. 행복해라!!

3.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날
8월 6일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한국에 가는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어서 미국에서 추모하며 외할머니 생각을 했는데, 8월 13일에 낮잠을 자는 중에 외할머니께서 꿈에 나오셨다. 꿈에서 나랑 엄마아빠, 셋이서 차를 타고 외할머니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갔다. 내가 운전 중이었고, 아빠는 조수석에서 길을 알려주셔서 가보니 병원 의사, 간호사들이 운영하는 고깃집에 도착했다. 외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 외할머니께서 외삼촌한테 “이제는 무릎도 안 아프고 너네 아빠도 만났다” 하면서 그릇에 김치를 담고 계셨다. 항상 무릎 아프셔서 잘 서계시지도 못했던 외할머니께서 꿈에선 정정하게 서 계셨고, 말도 어눌하게 하셨던 분이 말도 또박또박 잘 하셨다. 외삼촌이랑 대화하던 외할머니께서 고개를 돌리셔서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 내가 헉! 소리 내면서 잠에서 깼다. 일어나보니 아주 눈물범벅이었다. 많이 보고 싶어요. 

4. 올해 최고의 맛집
정민언니랑 간 시카고 차이나타운의 Gao’s Kabob. 또 먹을래~

5. 가장 많이 들은 음악
Regina Song - the cutest pair

6. 올해의 비밀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있어.

7. 새롭게 시작한 취미
아이스 스케이팅!

8. 최고의 여행지
올해 뉴욕 말곤 여행을 안 했네요? 뉴욕으로 하겠습니다.

9. 2024년의 어느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11/24 뉴욕에서 언니오빠랑 인생네컷 찍은 날. 진심으로 행복했어.

10. 2025년의 나에게 한 마디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강하고 괜찮은 사람이니까 주눅 들지 말고,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 쓰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의 행복을 남의 행복보다 우선시 했으면 좋겠어.

11. 마음에 드는 소비 3 가지
아이폰 16, 아이패드 10, 알러지용 베개커버.

12. 올해를 표현하는 문장
잔잔했는데, 그건 내가 잔잔하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야.

13. 가장 인상 깊었던 꿈
아무래도 3번에서 대답한 꿈이지만, 중복대답은 싫으니까.. 나 최근에 말왕이랑 엄청 알콩달콩 연애하는 꿈 꿨어. 

14. 올해를 마무리하는 음식
좀 이따 엄마아빠랑 프로슈또랑 마리아노스에서 산 트러플 구다 치즈 먹을 것 같아!

15.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순간
30대에 점점 가까워지는데 크게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불안해 하는 날 보며 Pam이 오히려 30대가 되면 본인에 대한 객관화가 더 잘 이루어져서 하루하루가 덜 불안하고 더 무던하게 잘 넘기는 순간들이 많아질 거라고 한 거.

16.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여름방학에 노스웨스턴 영재원에서 초등학교 3, 4학년들을 가르쳤는데, 거기에 Carter라는 학생이 있었다. 나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기억에 가장 남아.. 친구야, 잘 크기를 바란다..

17. 올해의 실수
공강일 때 틈 타 기니피그 두부 눈에 염증 난 거 병원에 데려다 준다고 과속해서 과속 벌금 낸 거.

18. 가장 후회되는 선택
타이어 구멍 났는데 그냥 통째로 버린 거.. 그 안에 휠이랑 tpms 센서 같은 거 있다고 왜 아무도 안 알려줬어ㅠㅡㅠ

19. 가장 행복했던 기억
며칠 전 오빠랑 술 취해서 엄청 웃으면서 뛰어다닌 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어.

20.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면?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을 빼고, 피부를 더 관리하고, 머리 탈모 안 오게 관리하기. 

21.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
거실과 부엌. 가장 편한 곳은 아무래도 침대가 있는 안방이지만, 여름에는 거실 블라인드를 다 올려서 햇빛을 맞이하고, 겨울에는 벽난로를 켜서 감성을 즐기기에 좋다. 부엌은 내가 원하는 시스템으로 정리가 되어서 마음이 편안해져.

22. 새로 알게 된 나의 모습
난 어쩜 생각보다 강한 사람일지도. 올해는 크게 무너지는 날이 없었어. 심적으로 바닥을 치지 않았던 해가 없었는데, 올해는 큰 기복 없이 잘 지냈어. 무너질 것 같은 날들도 생각보다 잘 버텼어.

23. 가장 좋았던 계절
당연히 가을이지.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해는 예쁘고!

24. 도전하길 잘했던 일
잠깐 멀어졌던 사람한테 어색함 무릅쓰고 디엠으로 살갑게 연락한 거. 물론 그 사람이 먼저 손 내밀어줘서 쉽게 연락했어!

25. 감사한 사람들
엄마, 아빠, 오빠, 서진언니, 정민언니, Dana, Pam, 오힁, 윰윰, 엉웅이

26. 하루 동안 가장 소중했던 시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학생들이 하루 종일 귀청 떨어지게 해서 최소 1시간은 조용히 말 없이 누워 있어야 해ㅜㅜ

27. 내가 2025년에 집중할 일
감정 기복 관리하기.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28. 가장 스트레스 받은 일
할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현실.

29. 내가 가장 용기 낸 일
인스타 스토리 좋아요

30. 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
매트리스용 청소기. 진드기도 없애구 살균해주는 건데, 진짜 딱 나만을 위한, 나만 즐길 수 있는 선물이야.

31. 새로 발굴한 나의 인생책
Michelle Zauner’s Crying in H Mart

32. 가장 화났던 일은?
트럼프 당선. 윤석열 계엄령. 

33. 나의 2024년을 표현하는 하나의 짤




34. 2025년 새해 다짐
아프지 말자. 신체적으로든, 심적으로든. 그 어떤 누구의 말도 나를 아프게 하지 못하게, 내면부터 단단해지자.

35. 올해 나는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했나?
75%. 가끔씩 몰려오는 자기 혐오와 타인과의 비교로 나를 좀 미워했는데, 그래도 다른 해와 비교하면 최고로 많이 사랑한 해인 것 같다. 그래서 더 보람차고 알찬 해인 것 아닐까?



2024년, 잘 가! 부지런하고 알찬 해를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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